첫눈은 기다림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 준다. 새벽 창문을 두드리는 흰 발자국, 파도처럼 번지는 고요, 그리고 일상에 내려앉은 얇은 솜이불. 올겨울 첫눈이 예보되는 날, 도시의 먼지를 털어 내고 하얀 컬러 팔레트 속으로 걸어 들어갈 국내 겨울 여행지 다섯 곳을 묶었다. 2024–2025 실측 눈 소식과 축제 일정, 이동·촬영·난방 꿀팁까지 담았으니 “올해 첫 설경”을 앨범 첫 장에 남겨 보자.
1. 강원 설악산 중청 대피소 & 권금성 –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만나는 상고대
설악산은 해마다 10월 중·하순이면 첫눈이 포착된다. 2024년 첫눈도 10월 20일 밤 7시 30분 중청 대피소에서 관측됐다. 첫눈 직후 해발 1,200m 이상 능선엔 밤새 상고대가 자라 ‘솜사탕 숲’을 이룬다. 권금성 케이블카는 08:30 첫 차, 정상 도착 후 동해 쪽 바다 운해가 뒤섞인 파노라마를 15분 만에 감상할 수 있다.
촬영 팁: 새벽 6시 30분 울산바위 전망대 도착 → ISO 400, F8, 셔터 1/125초로 ‘분홍 여명+하얀 수목’ 대비를 살려라.
난방 팁: 대피소 매트리스에 알루미늄 등산 방석을 깔면 체온 손실이 2 ℃ 낮아진다.
2. 전북·전남 경계 무주 덕유산 향적봉 – 곤도라 타고 올라가는 눈꽃 터널
덕유산 향적봉(1,614 m)은 해발 700 m 설천봉까지 곤도라가 운행돼 접근성이 뛰어나다. 2025년 1월 첫 주 연일 영하 12 ℃였지만 운해 위 상고대는 “한겨울 몽블랑”이라 불릴 만큼 순백이었다. 첫눈 이후 2~3일이 지나면 바람에 다듬어진 ‘브러시형 상고대’가 봉우리 능선을 따라 일렬로 서 사진가들이 몰린다.
골든 루트: 곤도라 상행 → 향적봉 정상석 인증 → 백련사 방향 300 m 눈꽃길 → 운해 포인트.
체험 추가: 무주리조트 스노 파크에서 썰매·스노슈 체험 후 한방 허브 족욕(30 분)으로 발열을 유지하면 고산 증세 예방에 도움이 된다.
3. 제주 한라산 사라오름 & 1100고지 습지 – “섬 안의 섬”이 얼어붙는 순간
제주 한라산은 첫눈 예보가 뜨면 1100도로가 일시 통제될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몰린다. 2024년 11월 27일 밤 첫눈 적설량이 5~15 ㎝로 예보되며 상고대 사진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영실 탐방로를 따라 2 시간이면 도착하는 사라오름 분화구 호수는 눈 덮인 숲이 수면에 거울처럼 비치는 신비로움 때문에 “겨울판 파파라치 포인트”라 불린다.
TIP: 영실 매표소 05:30 대기 → 08:00분께 호수에 첫 햇살이 스며드는 순간 셔터. 산지 날씨는 급변하니 방수 팰트 부츠 + 예비 장갑 필수.
미식 보너스: 하산 후 1100고지 휴게소에서 따끈한 빙떡과 귤차로 혈당·체온을 동시에 채우자.
4. 강원 태백산 눈꽃축제 & 당골광장 – “눈이 주인공”인 공식 스노 파크
태백산국립공원은 적설량과 기온 유지가 좋아 ‘눈꽃 품질’이 뛰어나다. 2025년 제32회 태백산눈축제는 2월 7–16일, 당골광장·황지연못·태백역 일원에서 열리며 10 m 눈 조각, 별빛 FESTA, 설피 걷기 체험이 메인 프로그램이다. 축제 전날 첫눈이 내리면 공원 직원들이 야간 제설을 최소화해 자연 설면을 살려 두니 “스키장 이상 스노 트레킹”을 경험할 수 있다.
꿀코스: 유일사 주차장 → 반재 → 천제단(3.7 km)을 2 시간 30 분 올라 눈꽃 터널 통과, 하산은 기상 관측로로 1 시간 40 분.
저체온 방지: 당골광장 해발 800 m, 체감 −15 ℃까지 떨어지므로 핫팩 대신 열 전도율 높은 터널형 안면 마스크를 추천.
5. 서울 북촌한옥마을 & 창덕궁 후원 – 도심이 하얀 수묵화로 변하는 밤
도시민에게 가장 가까운 “첫눈 성지”는 단연 북촌이다. 2024년 12월 20일 새벽 첫눈이 내린 날, 계동길 37 일대 기와지붕은 셔터 소리로 밤새웠다. 북촌 8경 가운데 ‘기와지붕 일렬 뷰’(11경계 방향)는 해 뜨기 30 분 전 주황빛 가로등과 흰 눈이 대비돼 “빈티지 스틸컷”을 완성해 준다.
연계 추천: 창덕궁 후원 특별관람(동절기 09:30/11:30/13:30) 첫 회차를 예약해 소나무·단풍나무 위 텁텁하게 쌓인 눈과 부용지를 담아 보자.
난방 꿀팁: 나무 마루가 얼음장처럼 차가우니 미리 온돌 카페 ‘수연산방’에 들어가 국화차로 속을 데우면 금세 체온이 오른다.
❄️ 첫눈 여행 체크리스트
- 행안부 재난문자에 ‘한파경보’ 뜨면 노출 피부 면적 15 % 이하 유지, 흡연·카페인 섭취 최소화.
- 스노우 스프레이 대신 렌즈 후드 + UV 필터 장착으로 결빙 방지, 예비 배터리는 체온 주머니에 보관.
- 눈길 체험 후 바로 온수 족욕 → 스트레칭 10 분, 다음 날 근육통 30 % 감소.
- 여행 3일 전 비타민 D 2,000 IU·프로바이오틱스 섭취로 면역력을 미리 끌어올리면 한파 감기 예방.
🛏️ 스노우 호캉스 추천
첫눈 밤엔 실내 온기가 주는 대비가 더욱 달콤하다.
**강원 인제 ‘소양강 스노우 리트리트’**는 침대 끝 통창 너머 소양호 설경이 파노라마, 전 객실 온돌+아로마 가습기 기본.
**무주 ‘덕유산 스파 스위트’**는 노천 탄산온천 × 눈꽃 숲 뷰로 심장 뛰는 포토존.
**제주 ‘곶자왈 글램 스테이’**는 유리 이글루 천장을 통해 함박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실시간 시네마를 보여 준다.
늦은 밤 스파클링 와인 한 잔 곁들이면 첫눈의 고요가 조용히 버블처럼 피어오른다.
설악의 솜사탕 숲, 덕유의 곤도라 눈꽃 터널, 한라 분화구 거울, 태백산 눈꽃 축제의 스노우 카니발, 북촌 기와지붕 위 흰 수묵화까지—첫눈은 공간마다 다른 그림체로 겨울을 스케치한다. 스노클보다 넓은 시야, 냉장고보다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면 마음속 먼지도 함께 씻겨 내려간다. 올겨울 첫 흰 편지가 내리는 날, 당신만의 설경 한 장을 건져 기억의 벽난로에 걸어 두길. 눈송이는 사라져도 그 설렘은 봄까지 녹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