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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지 추천 (전통시장 여행 추천)

by Hong's Life 2025. 4. 30.

속소 관광시장(출처 : 한국관광공사)

오감이 깨어나는 전통시장 여행, 골목 풍경 속으로 한 걸음

다닥다닥 이어진 점포에서 튀김 냄새가 살금살금 퍼지고, 상인들의 정겨운 인사말이 메아리치는 곳. 여행지라면 화려한 카페 거리도 좋지만, 낡은 간판과 빛바랜 차양이 남아 있는 전통시장만큼 생생한 ‘삶’을 느끼게 해 주는 곳도 드뭅니다. 이번에는 지역별로 색깔이 뚜렷한 네 곳의 전통시장을 골라, 시장 안 골목과 그 주변을 천천히 산책하듯 즐길 수 있는 여행 코스를 안내합니다.

서울 광장시장 - 천천히 펼쳐지는 100년 먹거리 지도

종로 청계천 옆에 자리한 광장시장은 1905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서울의 맏형 시장입니다. 시장 중앙 통로에 들어서면 줄지어 선 빈대떡·육회 골목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지요. 녹두 반죽을 지글지글 지지는 소리, 사장님이 즉석에서 썰어 내는 선홍빛 육회의 결이 유리창 너머로 반짝입니다. 골목 끝쯤 한복 거리로 방향을 트면, 색동 저고리와 비단치마가 조분조분 매달려 있어 남대문·동대문과는 또 다른 전통 한복 풍경을 보여 줍니다. 청계천 산책로까지 이어지는 10분 남짓 동선 덕에, 시장 간식으로 출출함을 달래고 바로 개울가 산책까지 연결할 수 있어 도심 한가운데서 소소한 여행 느낌을 만끽하기 좋습니다.

강원 속초 관광수산시장 - 바닷바람과 국물 냄새가 어우러진 저녁 풍경

속초 중앙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이곳은, 오후 해질녘이 되면 달큰한 회 냄새와 뜨끈한 국물 향이 한꺼번에 시장 골목을 가득 채웁니다. 회 센터에서 막 썰어 온 도다리·광어를 비닐 트레이째 손에 들고, 바로 옆 ‘아바이순대’ 포장마차에 들러 순대국밥 한 그릇을 주문해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시장 건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속초항 방파제가 펼쳐지는데, 해질녘 붉은 빛이 방파제 끝 빨간 등대에 걸리면 가슴이 묘하게 따듯해집니다. 회, 순대, 붉은 노을, 살가운 사투리 인사말까지 한꺼번에 선물처럼 담아 갈 수 있는 저녁 산책 코스입니다.

전주 남부시장 - 청년과 전통이 공존하는 밤도깨비 놀이터

남부시장은 낮보다 야시장이 유명합니다. 금·토 해가 지면 시장 통로마다 알전구 조명이 켜지고, 청년 셰프들의 손길로 변신한 퓨전 길거리 음식이 즐비하지요. 수제 초코파이, 한옥 막걸리 라테, 오므라이스 김치말이 등 무엇을 골라도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하지만 남부시장의 진짜 매력은 낮 시간 숨은 골목에 있습니다. 전주천 쪽 후문으로 나가면 한옥 지붕 아래 뚝배기 콩나물국밥 노포, 맞은편에는 60년 전통 수제비집이 줄 세운 채 손님을 맞습니다. 청년과 노포, 야식과 아침 해장국이 한데 엉켜 만들어 내는 ‘전주다운’ 생활감이 여행자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부산 부평깡통시장 - 아시아 골목 먹거리의 집합소

남포동 국제시장과 이어지는 부평깡통시장은 1950년대 미군 물자가 흘러들며 자연스레 형성된 ‘깡통 수입품’ 시장에서 유래했습니다. 지금은 분식·해산물·동남아 길거리 음식까지 장르가 다채로운 먹거리 천국이지요. 저녁 여섯 시쯤이면 시장 중앙 라인에 야시장 가판이 빼곡히 늘어서고, 상인들은 1m 남짓한 화롯가에서 꼬치·딤섬·타이 팟타이를 잽싸게 볶아 냅니다. 시장 뒤편 골목으로 한 블록만 빠지면, 근대 골목 스탬프 투어 코스가 시작돼 40년 된 극장 간판과 적산가옥이 조용히 여행자를 반깁니다. 화려한 도시 불빛에서 한 걸음만 물러서면, 부산 근현대사의 질감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전통시장 여행, 이렇게 즐기면 더 맛있다

  • 아침 시장·저녁 시장 시간대 확인 : 재래시장은 오전 11시 이전이나 저녁 6시 이후에만 만날 수 있는 숨은 간식이 많습니다. 출발 전 공무원 관광포털(visitkorea) 운영 정보와 지자체 SNS를 참고하면 후회 없는 동선을 짤 수 있어요.
  • 현금과 소액 결제 준비 : 대부분 카드 결제가 되지만, 노포 꼬마 어묵집·떡 골목 같은 작은 가게는 현금만 받으니 1천 원권·동전을 챙기면 편합니다.
  • 시장 인근 산책로 연계 : 서울 광장시장↔청계천, 속초 수산시장↔등대전망대, 부평깡통시장↔보수동 책방골목처럼 시장 - 산책 코스를 엮으면 하루 일정이 알차집니다.
  • 로컬 투어 프로그램 활용 : 최근 지방 시장은 청년해설사·푸드트립 상품을 운영합니다. 정해진 티켓 한 장으로 6~7가지 대표 간식을 맛볼 수 있어 경제적이죠.
  • 포장용기+보온백 지참 : 뜨끈한 국물, 냄새 진한 해산물을 편히 들고 다니려면 밀폐용기와 휴대용 보온팩이 큰 힘이 됩니다.

시장 골목에서 배워 가는 삶의 온도

전통시장 여행은 화려한 건축물이나 유명 카페에서 느끼기 힘든 ‘사람 냄새’를 담아 옵니다. 뜨거운 기름 앞에서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정한 사투리 인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며, 낡은 포대 자루 위에 쪼그려 앉아 국수를 홀짝이는 시간.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곤 하는 삶의 온도, 속도, 향기를 다시 깨닫게 해 줍니다. 다음 여행이 맑은 바다도, 높은 산도 아니어도 좋습니다. 시장 간판 불빛 아래서 지글지글 볶음소리를 들으며 한입 베어 무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처럼, 소소하지만 깊은 맛이 있는 길 - 그 길이 바로 전통시장 여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