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독일·프로방스·중국·그리스·이탈리아 감성을 하루 만에 맛볼 수 있다. 2025년 최신 정보로 골라낸 다섯 곳은 축제 일정, 교통 팁, 현지 맛집과 숨은 촬영 포인트까지 담았으니, 여권 대신 교통카드만 챙겨 ‘당일치기 월드투어’를 떠나 보자.
1. 경남 남해 독일마을 – 5월엔 ‘마이페스트’, 10월엔 ‘옥토버’
주홍색 지붕이 촘촘히 이어진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여기가 한국 맞아?”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파독 광부·간호사 귀국 정착지였던 이 마을은 매년 봄 마이페스트를 열어 독일 전통 음악, 마이바움 세우기, 수제 맥주 시음을 선보인다. 2025년 축제는 5월 24일 광장 무대에서 브라스 밴드가 라이브 폴카를 울려 퍼뜨렸고, 루돌프 소시지 부스 앞에는 30 m 넘는 줄이 생겼다. 광장 뒤편 ‘바이로이트 가정식’ 식당에서는 흑맥주와 슈니첼을 맛볼 수 있는데, 점심시간엔 재료 소진이 잦으니 오전 11시 이전 방문을 추천한다. 원예예술촌과 연결된 산책로에선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 말이 포토존 극성수기다. 진주역·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남해행 직통버스로 1시간 남짓, 언덕 경사도가 높아 운동화가 필수다. 가을엔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니 계절별 일정표를 체크하면 한층 알찬 여정을 짤 수 있다.
2. 강원 고성 하늬라벤더팜 – 프랑스 남부 시골을 옮겨 놓은 보랏빛 농원
프로방스 느낌을 찾는다면 라벤더 만개 시기인 6월 첫째 주를 노려라. 4,000평 라벤더밭은 짙은 자주빛과 짙은 초록이 어우러져 “사진에 필터가 필요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2025년 라벤더 페스티벌(6월 5일~25일) 기간에는 라벤더 아이스크림 시식과 향초 만들기 체험이 무료로 제공돼 가족 단위 방문객이 특히 많았다. 농원 안쪽 ‘프로방스 벽돌창고’ 카페에서는 라벤더 라테와 허브 치즈케이크를 맛볼 수 있으며, 루프탑 데크에서 설악산 능선 실루엣이 함께 담기는 일몰 샷이 유명하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성행 버스를 타면 2시간 20분, 축제장 입구에서 자전거를 빌려 농원 둘레길을 순환하면 남프랑스 포도원 같은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우천 시에는 라벤더 스팀팩 체험관이 개방되니 날씨와 상관없이 힐링이 가능하다.
3. 인천 차이나타운 & 개항장 – 19세기 청국 조계지를 걷다
인천역 1번 출구를 나서는 순간 붉은 패루와 금색 용문양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130년 역사를 품은 이 거리는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며 골목 정비가 마무리됐다. 거리엔 공갈빵·꽈배기 냄새가 퍼지고, 의선당 계단 벽화·3D 스카이라인 벽에서 카메라 셔터가 멈추질 않는다. ‘용화반점’에서는 산동식 짜장과 프리미엄 고추소스를 곁들인 마라탕면이 SNS 인기 메뉴다. 오후 3시에는 무료 해설 투어가 진행돼 청·일·미 삼국 조계지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선착순 20명만 접수하니 미리 예약하면 좋다. 골목을 따라 10분만 걸으면 개항장 문화지구에 닿는다. 붉은 벽돌 빅토리아풍 건물과 한옥이 어깨를 맞댄 풍경이 중국 상하이를 걷다가 요코하마로 순간이동한 듯한 느낌을 준다. 오후엔 개항박물관에서 조계지 지도를 받아 과거 신문물을 만나는 ‘타임슬립 산책’을 추천한다.
4. 부산 흰여울문화마을 – 산토리니를 닮은 절벽 마을
영도 절영로 절벽이 푸른 바다와 맞닿는 곳, 하얀 집들이 계단식으로 이어져 영화 속 섬마을처럼 펼쳐진다. 2025년 4월 전망 데크와 안전 난간이 새로 놓이면서 포토존이 세 배 넓어졌다. 노을 시간대(18:30 전후)에 데크 가장자리에서 찍으면 파도 위로 떨어지는 주홍빛 태양과 흰 건물 실루엣이 그리스 산토리니 오이아 마을을 연상시킨다. 남포역 7번 출구→영도다리 방면 버스 환승 후 ‘부산여중’ 정류장 하차, 골목 오르막을 7분 정도 걸으면 흰여울카페거리와 연결된다. 에스프레소 바 ‘세리아노’에서 파란 이국풍 타일과 레몬 파르페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겨 보자. 골목이 좁아 렌터카보다 도보를 추천하며, 짐이 많다면 버스 정류장 물품보관함을 활용하자.
5. 강원 삼척 장호항 & 해상케이블카 – ‘한국의 나폴리’ 에메랄드빛 포구
장호항은 잔잔한 에메랄드 만에 하얀 어선이 띄엄띄엄 정박해 지중해 남부 항구를 닮았다. 투명 바닥의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용화역과 장호역 874 m 구간을 왕복 10분 만에 주파하며, 5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수평선이 원형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2025년 5월 20일은 정기 점검 휴무이니 일정표 확인은 필수. 동해선 KTX 삼척역에서 15분 버스로 이동 가능하고, 여름 시즌엔 스노클링·카약 체험장이 열려 ‘바다 액티비티 맛집’으로 통한다. 해안 데크길을 따라가면 ‘갯까막조개 칼국수’ 맛집이 있는데, 조개 본연의 단맛과 들깨 육수가 조화를 이뤄 현지인 추천 1순위다. 방파제 위 벤치에 앉아 붉은 석양을 바라보면 이탈리아 남쪽 해안 못지않은 낭만이 완성된다.
결론
요즘 같은 고환율 시대엔 “가성비 좋은 해외 감성”이 무엇보다 달콤하다. 남해에서 독일 맥주축제를 즐기고, 고성 라벤더밭에서 프로방스 향을 맡고, 인천 골목에서 중국 간식을 맛보고, 부산 절벽에서 그리스 파란 지붕을 상상하며, 삼척 바다에서 이탈리아 풍경을 담아보자. 숙박을 곁들이면 야경·일출까지 챙길 수 있고, 지역별 관광패스를 활용하면 교통·입장료를 20% 이상 아낄 수 있다. 이번 주말, 여권 없이도 떠날 수 있는 ‘작은 해외’로 삶에 짙은 색채를 더해 보길 권한다. 사진과 향, 맛과 바다가 어울려 일상에 낯선 설렘을 선물해 줄 것이다. 당신의 여행 앨범이 곧 파노라마 속 ‘월드 투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