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에도 한적함을 품은 바닷가 10선
7‧8월 해수욕장 개장이 시작되면 유명 해변은 파라솔, 튜브, 차량 행렬로 빽빽해집니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여전히 고즈넉한 파도와 넉넉한 모래사장을 만나기 어렵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수도권·영동·남해·서해를 두루 살피며 성수기에도 비교적 한산한 국내 바닷가 10곳을 모았습니다. 가평 계곡 대신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고 싶지만, 북적임이 부담스러운 여행자라면 기억해 두세요.
1. 강원 고성 문암진리 해변
속초·고성 대표 해변인 송지호·화진포와 달리, 문암진리는 모래밭이 작고 아담해 주로 현지 주민만 찾습니다. 물빛은 정동진 못지않게 맑고, 솔숲 뒤 주차 공간도 여유 있어 피크 타임에도 텐트 하나 펼칠 자리가 남아요.
+디테일 : 올해 여름부터 속초역↔문암진리 해변 마을버스(30분 간격)가 신설돼 ‘차 없는 접근’도 한결 수월합니다. 해변 앞 ‘별헤는 카페’ 루프톱은 밤 9시까지 운영돼 달빛·별빛·잔잔한 파도를 동시에 즐길 수 있고, 카페 주문 영수증을 제시하면 샤워부스 2천 원 할인까지!
2. 강원 양양 인구해변 북쪽 몽돌 구간
서퍼 성지 죽도 인근이지만, 방파제 너머 몽돌 지대는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기 좋은 조용한 공간입니다. 자갈이 발에 닿는 감촉과 파도에 구른 몽돌이 부딪힐 때 나는 맑은 소리가 마음을 정화해 줍니다.
+디테일 : 몽돌 구간 입구에 ‘소리 산책길’ 안내판이 설치되어 파도, 자갈, 갈매기 울음 주파수를 QR 오디오로 들려줍니다. 해질녘엔 해변 바(沙)캠프존에서 매일 19시 ‘썸머 어쿠스틱 라이브’ 진행(노 커버 차지), 모닥불 옆 칠링 드링크 한 잔이면 감성 200%.
3. 경북 영덕 장사해수욕장 오른쪽 끝
대게로 유명한 영덕에서도 장사해수욕장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습니다. 길이 1.7km 모래사장 가운데도 동쪽 끝 평상 데크 존은 한적합니다. 가까운 대게거리와 연결해 ‘먹방+고요’ 코스를 만들기 좋습니다.
+디테일 : 동쪽 맨 끝 평상 데크 아래엔 보랏빛 보라카노(자갈층)가 드러나 포토존으로 인기, 도보 5분 ‘몽돌카페’에서 7천 원에 대게살 샌드위치를 테이크아웃하면 혼자서도 럭셔리 피크닉 완성!
4. 전남 완도 신지명사십리 해변 북측
4km 백사장 중간 지점은 숙소 밀집지라 붐비지만 북쪽 끝 얕은 수풀 뒤쪽은 텐트 두어 동만 보입니다. 물 깊이가 완만하고 파도가 잔잔해 혼자 물멍(물 바라보기) 하기 제격입니다.
+디테일 : 올여름 ‘스노클 체험존’이 북측 얕은 바위밭에 개장(튜브·마스크 세트 5천 원)되어 맑은 바닷속 소라·불가사리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인근 소나무 숲엔 무료 해먹 거치대 20세트가 비치돼 낮잠 스팟까지!
5. 전남 진도 남도진성 해변
진도대교를 건너 한참 내려가야 나오는 작은 해변. 개장 관리가 간소해 시설은 적지만 조약돌 섞인 부드러운 모래와 투명한 바다색 덕분에 ‘나만의 바다’라는 기분이 듭니다.
+디테일 : 진성마을 주민센터에서 재래김·전복톳주먹밥 도시락(6천 원) 예약 가능, 해변 초입 원두막에서 파도·바람 ASMR과 함께 슬로 브런치를 즐길 수 있어요. 파도가 잠잠한 날엔 카약 1인용 1시간 8천 원 대여!
6. 경남 거제 구조라 해변 남쪽 곶
바다카약과 요트 체험으로 알려진 구조라지만, 남쪽 곶 가까이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모래사장이 제법 넓은데도 방문객이 드뭅니다. 바다색은 옥빛, 모래는 고운 편이라 발끝 감촉이 부드럽습니다.
+디테일 : 거제 시티투어 버스 ‘조용한 해변 노선’(토·일 한정)이 구조라 남쪽 곶까지 연장 운행, 하차 후 숲길 400 m만 걸으면 한적한 해변이 펼쳐집니다. 곶 앞 자그마한 등대 주변은 해질녘 ‘핑크 리플렉션’으로 인생 사진 각!
7. 전북 부안 모항갯벌 해변
채석강·격포를 지나 남쪽으로 20분 이동하면 나오는 모항은 갯벌과 모래사장이 만나는 곳입니다. 서해 낙조 명소이지만 방문객이 적어 해 질 녘 붉은 빛을 조용히 독차지하기 좋습니다.
+디테일 : 갯벌 체험장 휴게소에서 장화·호미 세트(5천 원)를 대여해 개인 조개 캐기를 즐길 수 있으며, 채취한 백합·맛조개는 바로 옆 직화구이 부스에서 껍질째 구워주므로 ‘갯벌 미식’까지 원스톱!
8. 충남 태안 청포대 솔밭 북단
청포대 본 해수욕장 입구는 가족 여행객으로 붐비지만, 북단 솔숲 뒤 모래언덕으로 들어가면 파도와 솔 향만 가득합니다. 국립공원 구간이라 야영은 불가해도, 돗자리 깔고 책 읽기엔 최적입니다.
+디테일 : 북단 솔숲 사이 하늘데크에는 2층 전망쉼터가 신축돼 시야를 가리는 파라솔 없이 드넓은 수평선을 감상할 수 있어요. 오후 4시엔 해변 라이브러리 ‘모래책방’이 팝업 운영돼 시집·여행서를 무료 대여합니다.
9. 부산 기장 일광해수욕장 끝 방파제
해운대·송정을 벗어나 기장으로 가면 인파가 급감합니다. 일광해수욕장 끝방파제 앞 자갈밭은 낚시꾼 몇 명만 머물 뿐, 시원한 파도와 푸른 물빛은 그대로여서 ‘도심 속 비밀 해변’ 느낌을 줍니다.
+디테일 : 방파제 앞 ‘일광바다열차’ 무인카페에서 500원 추가 시 투명컵에 LED 얼음을 넣어주는 ‘코발트소다’가 야간 인증샷 필수템. 기장시장 회센터는 해변까지 배달(5천 원)해 신선한 광어회+전복죽을 파도 소리 백그라운드로 즐길 수 있습니다.
10. 제주 구좌 하도철새도래지 앞 숨은 백사장
세화·월정 사이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다 보면 하도 철새도래지 표지판이 보입니다. 표지판 옆 소로를 따라가면 관광객이 거의 없는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집니다. 바람이 세지 않아 텐트 대신 그늘막을 치고 낮잠 자기 좋습니다.
+디테일 : 올여름 제주도는 해변 예약제(피크타임 입장 제한)를 도입했지만, 하도 숨은 백사장은 비제한 구역! 근처 ‘보말라면 푸드트럭’이 오전 10시~16시만 등장하니 브런치로 든든하게. 저녁 7시 이후엔 철새 해설사가 별빛 습지 투어를 무료 진행, 별·달·갯벌 탐조까지 원큐로 체험 가능합니다.
조용한 바다를 즐기는 똑똑한 준비 팁
- 평일·새벽 입수 : 인기 없는 해변이라도 주말 오후엔 지방 인근 인파가 몰립니다. 평일·이른 아침에 도착하면 한결 여유롭습니다.
- 쉬운 그늘 확보 : 시설이 적은 해변이 많으니 자립형 타프나 접이식 그늘막을 챙기면 한낮 햇볕에도 끄떡없습니다.
- 음식·물 챙기기 : 상권이 드문 곳이 많으니 간단한 간식, 시원한 물, 얼음팩을 미리 준비하면 편합니다.
- 쓰레기 회수 : 관리 인력이 적은 만큼 ‘플로깅 백’ 한 장 챙겨가면 다음 여행자와 바다가 모두 기분 좋아집니다.
- 신상 지혜 : 휴대용 비치석션(모래 뽀송 송풍기)을 챙기면, 애매하게 달라붙은 젖은 모래를 금방 털어 내 차량·버스 탑승 시 청결 유지! 플로깅 백은 방수 ZIP 백 형태로 준비해 젖은 쓰레기까지 안전 운반!
파도는 같아도 풍경은 다르다
카메라 셔터에 담기지 않을 만큼 잔잔하고, 지도 앱 별점으로 확인되지 않을 만큼 숨은 바다를 찾는 일은 꽤 매력적입니다. 이번 여름, 북적이는 해변에 마음이 답답했다면 한적한 해안을 찾아가 보세요. 바닷바람 사이로 섬세하게 섞인 새소리, 파도가 몽돌을 굴리는 맑은 음색, 저녁 바다 위로 번지는 연보라색 노을. 어느 누가 대신 찍어 줄 수 없는 ‘당신만의 여름’이 조용히 완성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