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돌봄에서 잠시 벗어나 어른끼리만 떠나는 여행이라면 ‘쉼’과 ‘감성’이 핵심 키워드다. 북적이는 관광지 대신 자연·음악·커피·대화가 주인공이 되는 곳으로 향해 보자. 2025년 현재 새롭게 단장하거나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내 휴식형 여행지 다섯 곳을 골라, 느긋하게 머물며 완벽하게 충전할 수 있는 코스를 제안한다. 서울 기준 1박 2일~2박 3일 일정으로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으니, 이번 주말 당장 실행해도 좋다.
① 남해 독일마을 & 사우스케이프 쇼어 – “한적한 바다 위의 유럽 감성”
남해 독일마을은 올해 5월 ‘마이페스트(MaiFest)’가 5월 24~25일 양일간 열려 6 천 여 명을 끌어모으며 봄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축제 기간에는 드론 라이트쇼·전통 행진·수제 맥주 시음 부스가 운영돼, 가족 단위가 아닌 ‘어른만의 맥주 여행’ 코스로 각광받았다. 축제 이후에도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라이브 폴카 밴드가 선사하는 ‘마을 맥주 가든’이 이어진다. 맥주 가든 기본 플래터(25,000원)는 독일식 킬바사·소프트 프레첼·크림치즈 디핑 소스로 구성돼 두 사람이 가볍게 나누기 좋다. 낮에는 빨간 지붕을 따라 이어지는 ‘유럽풍 골목길 뷰포인트’에서 SNS 인증샷을 남겨 보자. 사우스케이프 스카이워크 전망대는 2025년 3월 LED 조명으로 전면 교체되어 일몰 이후에도 바다 실루엣과 실시간 조명이 어우러진다.
② 충북 제천 리솜포레스트 – “피톤치드 속 깊은 호흡”
해발 700 m 숲속 휴양 단지는 2025년 ‘버추얼 포레스트 요가’와 ‘숲소리 ASMR 객실’로 화제다. 파노라마 LED 월이 실제 숲 풍경과 연동돼 빛·바람·새 소리가 실시간으로 합성된다. 프로그램은 오전 10시·오후 4시 하루 두 타임(1인 30,000원)으로 소규모 운영되므로 사전 예약이 필수다. 밤에는 온열 찜질 스파 ‘온미당’에서 머루 스파클링을 곁들인 와인풋배스를 즐겨 보자. 웰니스 라운지에서는 매일 오후 3시 ‘브이탑 요가’가 무료로 진행되니, 숙박객이라면 놓치지 말 것. ITX-청춘 용산→제천역 1시간 15분, 역 앞 셔틀버스 이용 시 리조트까지 20분이면 닿는다.
③ 강원 평창 허브나라농원 & 봉평 메밀밭 – “향기로 채우는 하루”
국내 1호 허브 관광농원은 6월~10월 ‘나이트 가든’을 상설 운영한다. 라벤더 언덕을 감싸는 자수정 조명과 재즈 피아노 라이브가 밤 10시까지 이어져, 은하수가 쏟아지는 고원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선사한다. 오후 4시 ‘아로마 DIY 스튜디오’(체험비 25,000원)에서 천연 디퓨저·입욕제를 만들고, 6시엔 ‘허브 오마카세 샐러드 바’(1인 18,000원)에서 당일 수확한 타임·애플민트·바질 샐러드를 맛보자. 인근 봉평 전통시장에서는 주말마다 ‘메밀 막걸리·더치커피 페어’를 열어 허브 향과 고소한 메밀, 깊은 콜드브루 풍미가 어우러진다. 대중교통 이용 시 KTX 청량리→진부역 1시간 40분, 시외버스 환승 후 농원 셔틀을 이용하면 된다.
④ 전남 완도 청산도 슬로길 – “느리게 걷는 영화 같은 섬”
완도항에서 배로 50분, 청산도에선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올해 신설된 ‘움직이는 포토존’(12:00~17:00, 1인 5,000원)은 트레일러에 올라타 달리는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겨 준다. 슬로길 총 11개 구간 중 체력을 고려해 2·3·8구간을 묶어 3시간 코스로 걷는 것이 인기다. 완도항↔게스트하우스는 관광 순환 버스(1일권 5,000원)가 편리하고, 섬 내부에서는 텐덤 전기 자전거(2시간 15,000원)를 대여할 수 있다.
⑤ 제주 함덕·월정리 해안도로 & 코코 컬처클럽 – “바람, 파도, 그리고 한 잔의 원두”
퇴근 후 ‘밤비행기’로 떠나는 1.5일 코스로 각광받는 제주 동쪽 해안은 6월 20일, 성산일출봉 인근 1만 평 부지에 ‘코코 컬처클럽’이 정식 오픈한다. 사전 예약은 4월 25일부터 KOKO 전용 앱에서 가능하며, 일반 입장권(1일권 35,000원)과 선셋 DJ 패키지(55,000원)가 가장 인기다. 클럽은 야자수·인피니티 풀·한라봉 콘셉트 칵테일 바가 발리 감성을 담아냈으며, 오전 11시부터 익일 1시까지 운영된다. 해질 무렵 ‘비치 씨어터’에서는 독립 영화 상영과 로컬 DJ의 바이닐 세션이 열린다. 숙소 ‘스테이 르 솔레’는 투숙객 대상 ‘일출 요가 + 프렌치 토스트 브런치’(35,000원)를 제공해 아침까지 감성을 이어 준다. 제주공항 112번 급행버스→성산 환승센터(70분) 후 셔틀 5분.
여행 플래너 노트
교통비를 아끼고 싶다면 ‘코레일 내일로 패스(만 34세 이하·5일권 7만9천 원)’로 제천·평창 구간을 묶어 이동하고, 남해·완도 행은 부산 복합환승센터에서 출발하는 심야 우등버스를 활용하자. 제주에서는 렌터카 대신 24시간 전동 킥보드 패스(1만9천 원)와 7,000원짜리 ‘제주 패스 플러스 버스권’을 결합하면, 주유·주차 걱정 없이 해안도로를 누빌 수 있다. 숙박은 평일 기준으로 예약하면 최대 30% 저렴하고, 최근 출시된 ‘제로페이 여행상품권(10% 할인)’을 숙소·카페 결제에 쓰면 현장 할인과 중복 적용된다. 짐은 최대한 가볍게—여행용 보온 텀블러, 접이식 쇼핑백, 보조배터리, 블루투스 스피커 정도면 충분하다. 음악은 바다·숲·라벤더 밭의 자연음과 조화되는 60~80bpm 재즈·시티팝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한다. 환경 생각도 더해 보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숙소·카페에 마련된 리필 스테이션을 활용하고, 청산도·남해 산책로에서는 ‘1인 1집게 장갑’ 캠페인에 참여해 작은 쓰레기를 주워 오면 기념 배지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각 지역 인스타그램 실시간 해시태그(#남해여행, #제천포레스트)로 당일 메뉴·공연 정보를 체크하면 예상치 못한 현지 이벤트까지 얻어갈 수 있다.
결론
‘쉼’을 목표로 떠나는 어른들의 여행은 해야 할 일 대신 하고 싶은 일로 채워질 때 비로소 완전한 재충전이 된다. 독일식 맥주 가든의 폴카 리듬, 숲 깊숙이 파고드는 피톤치드 호흡, 라벤더 향 가득한 여름밤, 슬로길에서 만난 다랑이논 풍경, 바다 위 DJ 부스에서 맞는 새벽까지. 마음이 당기는 곳을 골라 지도에 핀을 찍고, 최소한의 짐과 플레이리스트만 챙겨 떠나 보자. 돌아오는 길, 당신은 더 단단해진 일상과 마주할 것이다. 여행은 결국 당신 안의 배터리를 다시 100%로 충전하는 버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