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을 따라 걷는 국내 여행, 꽃내음 가득한 5곳의 이야기
긴 겨울을 지나 따뜻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하면 여행자의 마음부터 먼저 설렙니다. 아직 찬 공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햇살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바람이 향긋해지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봄에는 어디로 갈까’를 떠올리지요. 이번 글에서는 꽃·빛·바람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골라낸 국내 봄 여행지 다섯 곳을 소개합니다. 벚꽃과 유채꽃, 매화와 차밭 사이를 거닐며 포근한 4월을 만끽해 보세요.
① 경남 창원 진해 – 벚꽃 메가톤급 축제가 열리는 바다 옆 도시
4월 초 진해 군항제 기간이면 경화역 철길과 여좌천 로망스다리는 분홍 꽃비로 뒤덮입니다. 해 질 녘이면 도시 불빛이 강 흐름에 비치고 꽃잎이 반짝이는 ‘진해 블루아워’가 시작되지요. 여좌천 벚꽃길 ➜ 제황산 모노레일 ➜ 속천항 피크닉 순으로 천천히 걸으면, 기찻길의 증기기관차 레트로 감성과 바닷바람이 뒤섞인 독특한 봄 페스티벌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솔잎 향이 은은한 ‘진해 해물짬뽕’은 야경 감상 후 속을 데우기에 제격!
② 제주 서쪽 유채·벚꽃 루트 – 노랑과 분홍이 교차하는 화산섬 퍼레이드
3월 말~4월 초 애월읍 곽지과물해변에서 시작해 한림읍 협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도로 오른편 유채밭과 왼편 바다가 동시에 펼쳐집니다. 그사이 산벚나무가 점점이 피어나 ‘노란 캔버스에 분홍 점묘’를 찍어 놓은 듯한 풍경이죠. 노을이 질 때 협재 해변 카페 루프톱에 앉아, 붉은 하늘과 노란 꽃밭을 한 프레임에 담으면 인생 샷 완성. 해안길 구석에 숨어 있는 흑돼지 스테이크 푸드트럭 ‘어멍표 흑삼겹’에서 테이크아웃한 바비큐 한 상은 봄 바다 피크닉의 보너스입니다.
③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 – 노란 꽃 분수 속 고즈넉한 돌담길
지리산 자락 구례 현천·산동마을은 3월 중순이면 산수유가 만개해 돌담길마다 황금빛 꽃터널이 만들어집니다. 현천마을→수락폭포 산책로는 왕복 3 ㎞ 완만한 흙길이라 초보 트레킹 코스로도 무리 없습니다. 산속에서 따온 산수유 열매로 끓인 ‘빨간 산수유차’ 한 잔은 새벽 꽃샤워 후 언 몸을 따뜻하게 녹여 주고, 산수유 막걸리는 봄밤 은은한 설렘을 더해 줍니다. 밤이 깊어 돌담 위 온기 등불이 켜지면, 낮보다 더 부드러운 노란빛 풍경을 만날 수 있지요.
④ 강원 강릉 경포호 벚꽃&호수길 – 호수+바다 투샷 봄 산책
경포대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호수 둘레 4.3 ㎞ 꽃길을 돌다 보면, 바람이 호숫가 벚꽃을 스치며 분홍 눈발을 일으킵니다. 라이딩 끝엔 해변 안목 커피거리로 이동해 블루베리 아포가토를 들고 방파제에 걸터앉아 동해 파도를 바라보세요. 봄철 경포바다 물결은 보다 잔잔해 물멍에 최적. 저녁이면 ‘경포호 음악분수’가 오색 LED와 분홍 벚꽃을 수면에 수놓아 낮과 다른 로맨틱 야경을 선사합니다.
⑤ 전남 보성 대한다원 – 녹차밭 물결 위 녹빛 봄바람
4월이면 보성 녹차밭이 연둣빛 새순으로 덮여 계단식 물결을 만듭니다. 입구 전망덱에서 내려다보면 초록 그라데이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목련·벚나무 몇 그루가 흰색·분홍색 브러시로 풍경에 살짝 터치를 더합니다. 차밭 사이 팔각정 전망대까지 오르는 데 15분, 녹차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며 산들바람을 맞으면 입안과 코끝에 봄이 번집니다. 오후에는 인근 율포솔밭 해변 노을길까지 이어서 ‘녹차밭→바다’ 색 대비를 하루 만에 즐겨 보세요.
봄 여행을 더 달콤하게 만드는 팁 4가지
- 꽃 개화 예보 체크 – 기상청·SNS 해시태그로 실시간 개화 상황을 확인하면 만개 타이밍을 놓치지 않습니다.
- 평일 새벽 출발 – 인기 벚꽃 명소는 평일 새벽 6–8시가 사진·주차·카페 모두 여유로운 골든타임.
- 하늘 색감 살리기 – 봄날 구름은 순식간에 변합니다. 파란 하늘이 보이면 즉시 셔터, 파스텔 톤 웜필터 사용은 최소화.
- 알레르기 준비 – 꽃가루·황사 대비해 KF94 마스크·휴대용 인공눈물·비염 스프레이를 챙기면 하루 종일 쾌적.
분홍 꽃비와 연둣빛 바람이 속삭이는 계절
봄은 결코 오래 머물러 주지 않지만, 짧기에 더 소중합니다. 분홍 꽃터널 아래를 걷다 보면 새로운 계획이 피어나고, 노란 유채밭 사이를 달리면 오래 묵은 걱정도 허공으로 흩어지지요. 마음이 먼저 가벼워지는 4월, 당신이 가장 만나고 싶은 봄색을 손짓하는 곳으로 떠나 보세요. 돌아오는 길, 사진 속 꽃잎 한 장과 살랑이던 바람 냄새가 오래도록 하루를 환히 밝혀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