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공기가 맑아지는 순간, 겨울 감성이 살아나는 국내 여행지 5선
서늘한 바람이 볼을 스치고 첫눈이 내리면 도시의 불빛조차 한층 투명해집니다. 찬 기운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설경과 온기가 있는 곳들을 찾아가면, 얼어붙은 몸은 물론 마음까지 따뜻해지지요. 이번 글에서는 “눈·불빛·온천”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겨울이 가장 아름다운 국내 여행지 다섯 곳을 엄선했습니다. 두툼한 패딩과 손난로 하나면 충분히 떠날 수 있는 겨울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Tip ― 만약 크리스마스나 연말 연휴를 노린다면, 숙소는 최소 3주 전에 예약하고 기상청 ‘날씨누리’에서 대설 특보 여부를 확인해 두면 훨씬 여유롭습니다.
① 강원 평창 대관령 양떼목장 – 순백의 언덕과 바람개비 풍경
눈이 내린 뒤 대관령 언덕은 모든 색이 사라진 캔버스가 됩니다. 설원 위를 천천히 걷다 보면 하얀 양 떼와 바람개비가 은빛 파노라마를 완성하고, 목장 전망대 데크에서 내려다보는 평창 능선은 마치 북유럽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아침 9시 이전에 입장하면 제설차가 아직 지나가지 않은 ‘생눈길’을 가장 먼저 걸을 수 있어요. 눈썰매 체험 후 마시는 따끈한 목장 우유 한 잔은 산골 추위를 녹이는 최고의 간식입니다.
목장 옆 작은 카페에서는 올해 새롭게 출시된 ‘설탕 안 넣은 짙은 초유 라테’가 인기인데, 고소한 맛 덕분에 당분을 제한하는 여행자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② 강원 태백산 눈꽃축제 – 상고대 터널 속 겨울왕국 트레킹
1월 말 태백산국립공원에는 나무마다 새하얀 눈꽃이 피어납니다. 천제단까지 이어지는 3.5 km 등산로는 경사가 완만해 초심자도 오르기 좋습니다. 해 뜨기 전 출발하면 붉은 여명과 상고대가 만나 분홍빛 설국을 선물합니다. 2025년부터는 해발 1 200 m 지점에 ‘스마트 포토존’이 설치돼, QR을 스캔하면 자동으로 촬영된 이미지를 이메일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하산 후 황지연못 앞에서 맛보는 태백 곰취막국수는 차가운 몸에 따뜻한 위로가 되죠.
곰취막국수를 주문할 때 ‘온면’으로 부탁하면 뜨끈한 메밀 육수 버전이 나오니 한겨울엔 이 조합을 추천!
③ 서울 청계천·덕수궁 돌담길 – 도심 속 겨울빛 산책
겨울이면 청계천은 오색 조명과 눈꽃 모양 장식이 어우러져 ‘라이트업 페스티벌’이 펼쳐집니다. 얼지 않은 물 위로 비친 불빛과 반짝이는 눈발이 만나 로맨틱한 겨울 야경을 완성하죠. 올해는 청계천 4가 물길 위에 투명 LED 플로팅 캔들 500개가 배치돼 포근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덕수궁 돌담길까지 이어지는 15분 산책로는 푸른 전나무 조명과 고궁 담장이 어우러져 차분한 서울의 겨울밤을 선사합니다.
돌담길 끝 ‘정동전망대’에서는 무료 망원경으로 서울 시청 너머 남산타워까지 한눈에 볼 수 있으니,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천천히 올려다보세요.
④ 충북 수안보 온천 – 겨울 냉기를 녹이는 41℃ 유황수
지하 250 m에서 분당 3 000 ℓ씩 솟아나는 수안보 온천수는 알칼리성에 유황이 풍부합니다. 영하의 바깥 기온에도 노천탕에 몸을 담그면 미세한 김이 얼굴을 감싸며 시린 공기와 따뜻한 물이 만드는 극강 힐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 새로 조성된 소재사거리 ‘온천 스카이워크’ 덕분에 야경 감상이 한층 수월해졌고, 유료 족욕길은 22시까지 운영돼 늦은 체크인 후에도 이용 가능합니다. 온천 거리 족욕길에서 무료 족욕을 즐긴 뒤, 후탄천 야경 산책으로 여행을 마무리해 보세요.
온천수로 끓인 ‘삼계백숙’과 인근 사과농장의 ‘꿀사과 식혜’ 조합은 현지 주민들도 추천하는 이색 야식 코스입니다.
⑤ 전북 무주 덕유산 리조트 – 설질 좋은 스키와 운해 곤도라
덕유산 곤도라를 타고 향적봉 정상에 오르면, 발아래 구름바다와 순백의 능선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스키장 슬로프는 초·중급자 코스가 다채로워 입문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곤도라 전망대에 새롭게 설치된 ‘설화 유리전망대’에서는 360° 파노라마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야간에는 천체망원경으로 겨울 별자리를 관측하는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됩니다. 해가 지면 리조트 단지 곳곳에 불꽃과 조명이 켜져 야간 스키와 함께 화려한 야경 포토존을 완성합니다.
스키 후엔 무주 특산 ‘머루와인 글뱅이 핫초코’를 마셔 보세요. 머루 시럽의 은은한 단맛이 피로를 싹 풀어 줍니다.
겨울 여행 꿀팁 4가지
• 새벽 이동 – 눈꽃·일출·한산한 스키 슬로프를 누리려면 새벽 5~6시 도착이 가장 좋습니다.
• 체온 3단계 유지 – 안감 기모 이너 → 양모 스웨터 → 방풍 패딩 3겹을 기본으로, 목·귀 보온에 신경 쓰세요.
• 휴대용 보온병 – 따뜻한 유자차·생강차를 담아 가면 야외 촬영 중에도 체온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 스노우 체인·대중교통 확인 – 폭설 예보 시 차량 체인, 산악 지역은 셔틀·철도 운행 여부를 미리 체크해야 안전합니다.
겨울 감성 듬뿍, 미니 포토 챌린지
설원·온천·도심 불빛을 배경으로 하루에 세 장의 ‘테마 셀카’를 남겨 보세요. 새벽엔 상고대 실루엣 컷, 낮엔 눈 위 점프 샷, 밤엔 조명 반사 물빛 컷을 찍어 세로형 릴스로 엮으면 SNS 반응이 폭발! 포즈보다 중요한 건 라이팅—헤드램프를 얼굴 아래로 비추면 따뜻한 분홍 톤이 연출돼 추운 얼굴빛을 자연스럽게 살려 줍니다. 손끝이 얼기 전에 블루투스 리모컨을 미리 연결해 두는 센스도 잊지 마세요.
차가운 공기, 따뜻한 기억
눈꽃이 나무 위에 소복이 내리고, 얼어붙은 강 위로 불빛이 흔들릴 때 우리는 겨울을 사랑할 이유를 발견합니다. 새하얀 설원과 뜨끈한 온천, 청량한 도심 빛까지—겨울만의 선물은 우리 마음까지 맑게 만들어 주죠. 이왕이면 여행의 의미를 더해 줄 작은 실천도 곁들여 보세요. 태백산 정상에서는 종이컵 대신 개인 텀블러로 국화차를 마시고, 수안보 족욕길에서는 일회용 수건 대신 손수건을 사용해 보세요. 이번 시즌, 하얀 풍경과 따뜻한 온기를 동시에 품은 여행지로 떠나 보세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코끝에는 아직도 설경의 차가움과 온천의 따스함이 공존하는, 잊지 못할 겨울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